일상

숲이 만든 새로운 루틴

최현우72025-10-25
숲이 만든 새로운 루틴

"일주일에 한 번, 숲에 갑니다."

2년 전만 해도 저는 주말을 주로 집에서 보냈습니다. 밀린 잠을 자거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았습니다. 월요일이 되면 쉰 것 같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피곤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서울숲을 산책하게 되었습니다. 친구와의 약속이 취소되어 혼자 시간이 생겼고, 그냥 걸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한 시간 정도 걸었을까요. 집에 돌아왔을 때 기분이 달랐습니다. 몸은 적당히 피곤했지만, 마음은 개운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일주일에 한 번은 숲을 걷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한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실천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토요일 오전, 또는 일요일 오후. 딱 한 시간에서 두 시간만 시간을 냅니다.

처음 몇 주는 의무감으로 갔습니다. '약속했으니까' 하는 마음. 하지만 한 달쯤 지나자 달라졌습니다. 숲에 가는 것이 기다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주중에 힘든 일이 있으면 '이번 주말엔 어느 숲에 갈까?'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숲을 찾아갔습니다. 봄에는 벚꽃 피는 양재천, 여름에는 그늘 좋은 북한산 둘레길, 가을에는 억새 흔들리는 하늘공원, 겨울에는 조용한 길동생태공원. 같은 숲도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놀라운 건 이 작은 루틴이 삶의 다른 부분도 바꾸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일단 주말이 의미 있어졌습니다.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채워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 덜 우울했습니다. 주말에 제대로 쉬었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일 저녁에도 가끔 산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퇴근 후 집 근처 작은 공원이라도 걷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걷고 나면 항상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수면의 질도 좋아졌습니다. 숲을 걸은 날은 잠이 깊이 들었습니다. 몸이 적당히 피곤하고, 마음이 차분해져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릴 때도 있었는데,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졌습니다. 친구들에게 "같이 숲 걸을래?"라고 제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것도 좋지만, 함께 걷는 것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만남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제 자신과의 관계가 나아졌습니다. 숲을 걸으며 저는 저와 대화합니다. 요즘 어떤지, 무엇이 힘든지, 무엇이 좋은지. 일상에서는 놓치기 쉬운 내 마음의 소리를 듣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숲 산책이라는 작은 루틴이 제 삶을 많이 바꿨습니다. 극적인 변화는 아니었지만, 조금씩 쌓인 변화들이 삶을 더 견딜 만하게, 때로는 아름답게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조언하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일주일에 딱 한 번, 한 시간만 숲을 걸어보라고. 당장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더라도, 계속해보라고. 석 달쯤 지나면 뭔가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숲이 주는 네 번째 힘입니다. 작은 루틴을 통해 삶 전체를 바꿔주는 것.

#루틴#습관#변화#일상